본문 바로가기
미즈바 일상 에세이

민감시대

by mizpah 2019. 11. 8.
더콰이엇: 근데.. 예전만큼 코미디 영화가 재밌게 안나오는거 같긴 하네.. 좀.. 최근들어서.. 우리 어렸을 땐 코미디 영화가 많았고 뭔가 ..
박재범: 근데 그 이유가 제가 약간 생각해봤는데. 요즘은 훨씬 더 예민한거 같아요. 그냥 조크인데 사람들은 엄청 예민하게 반응하고, 뭔가 발끈하고 이런 문화가 엄청 커가지고 코미디가 만들기 어려운거 같아요.
더콰이엇: 맞아요. 그 똑같은 이야기를 아마 이번에 그 조커 감독이 했었던거 같아요. 왜냐하면 그 분이 행오버 만든 감독이거든. 그런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한거 같더라고
박재범: 옛날에는 뭔가 그래도 이런 인터넷이나 댓글이 없어가지고 정말 많은 것들이 용납이 되었는데, 그냥 농담이니까 재밌게 봤는데, 지금은 뭔가 뭐하면 어떤 커뮤니티가 약간 발끈하고 모든게 다 논란이랑 화제 되니까 안좋은 쪽으로...

박재범 Broken GPS Episode 10 with Guest: The Quiett

 

 

요즘 매회 빠지지 않고 듣는 라디오 방송이 있다. 어느날도 평소와 다름 없이 박재범 Broken GPS를 듣다가 더 콰이엇과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아.. 맞아. 지금 시대는 뭔가 히스테리와 짜증이 여기저기 예상치 못하게 툭툭 튀어 나오는거 같애. 물론 나도 짜증을 부리지만 말이지...

 

그런데 우리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?

살짝 스치기만 해도 몰려오는 예민함의 홍수는 지하철에서, 길거리에서, 인터넷에서, 가정에서, 직장에서 매일매일 접하게 된다. 

 

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상대방의 컨텍스트 맥락, 즉 배경과 그런 발언이 나오게 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탓인지도 모른다. 단순히 '글' 하나, '언행' 하나에만 집중해서 그런건 아닐까? 또는 글을 너무 쉽게 남길 수 있는 지금의 기술 발전 때문일지도 모른다. 글을 남기는 데 일등 해야 하는 빠른 문화와 짧은 글 수명 때문일지도 모르고..

 

나는 "너.. 바보야?" 란 소리를 자주 듣는데 그건 글로 보면 어떻게 저런 모욕을! 싶지만 친한 사이에서는 친근함의 표시로 해석될 수도 있다. 조금 더 맥락을 알아보려고 노력하면 좋겠다. 맥락을 바로 알아차리면 좋겠지만 잘 모르겠을 때는 나의 프레임으로 해석하지 말고 좀더 질문하여 물어보자. 즉각적인 결론을 마음에 일시정지 시키고 입으로 내뱉지 말아보자. 아니지, 요새는 글이지. 일단 쓰지 말자. 좀 더 생각해보자. 

 

한 아버지와 아들이 지하철에 탔다. 아들은 시끄럽게 꽥꽥 소리지르고 있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방치한채 멍해 있다. 참다 못해 옆에 있는 사람이 그 아버지에게 말한다. "애 좀 조용히 시키세요!"
아버지는 말한다. "죄송합니다. 아내를 갑자기 하늘나라로 보내고 제가.. 그만 정신을 놓쳤네요."
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그 아이의 시끄러움이 더이상 소음으로 느껴지지 않았다. 아이를 보자 안쓰러움이 일었다.

  

아주머니가 아버지의 방치 행동에 아무런 이해가 없었다면 비난만 했겠지만 그 이유를 이해했다면 안쓰러움, 동정이 일어난다. 바뀐건 하나도 없다. 아주머니의 맥락, 배경 이해가 추가됐다.

 

맥락을 이해하지 않고 보면 비난밖에 나올게 없다.

 

 

덧. 조커 감독의 인터뷰

https://www.huffingtonpost.kr/entry/joker_kr_5d996d0be4b099389800f8fc

 

'조커' 토드 필립스 감독이 코미디 영화 더 안 만들기로 한 이유

'행오버' 시리즈 등 코미디 영화를 주로 만들어왔다.

www.huffingtonpost.kr

 

댓글